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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

토로 中

 
 
디오 찬열
 
 
 
 
 
 
 
 
경수는 달이와의 산책을 좋아한다.
달이는 힘차고도 우아하게 걷는다. 비숑프리제라는 종으로 구름처럼 희고 폭신폭신한 털에 검고 매끄러운 눈과 코를 가지고 있다. 경수가 한쪽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추고 여기 얌전히 있어야 해 하고 주의를 주면 제자리에 엎드린 채 꼼짝도 않는다. 예쁘고 똑똑한, 사랑스러운 개다. 아내가 개에게 ‘엄마’이길 자처하는 건 아직 적응이 되지 않지만.
달이를 테라스석에 묶어두고 과자점 안으로 들어섰다. 주인 여자가 경수를 알아본 듯 환하게 웃으며 인사해왔다. 안녕하세요, 달이 데리고 나오셨나봐요. 경수는 가벼운 목례로 대답을 대신했다.
서너 번인가 만나고 나서 대화가 좀 트인다 싶을 때쯤 아내가 이 가게 앞을 지나며 저 여기 되게 좋아해요 하고 말한 적 있었다. 아내가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표현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아내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여자다.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거나 혹은 극단적으로 짧게 잘라본 적 없을 것 같은, 꿈이나 상상에서조차 위험한 모험엔 뛰어들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여자. 지루하긴 하지만 싫어하진 않는다. 그녀는 경수 자신과 닮았으니까.
아내의 부탁으로 종종 들를 때마다 그랬듯 주인 여자의 추천을 받아 딸기와 생크림이 든 롤케이크와 마카롱을 골랐다. 연한 노란색 박스에 포장해주며 수임 씨는 참 좋으시겠어요, 남편 분이 이렇게 다정하시니 말예요, 뭣 모르는 소리를 했다. 굳이 아니에요, 정정하자니 이상한 모양새가 될 것 같아 애매하게 고갯짓을 하고 말았다.
경수가 유리문을 밀고 나가자 달이가 귀를 쫑끗 세우고 쪼르르 쫓아왔다. 발치에 비비대고 매달리는 걸 등을 길게 쓰다듬어 주었다.
 
“가자, 달.”
 
 
 
 
 
 
 
야 너나 걔나 할 만큼 했지. 이제 그냥…… 좀 잘 살아라.
술기운에 흐려진 귀에도 백현의 한숨 섞인 목소리는 또렷이 와 박혔다. 백현은 원하든 원치 않든 경수와 찬열의 십삼 년 연애사의 산 증인이나 다름없었다.
난 걔 그러는 거 이해해.
이해해. 그래, 경수도 이해한다.
경수는 흐르는 물에 달이의 발을 씻겼다. 요 조그만 발로 얼마나 열심히 돌아다녔는지 땟국이 줄줄 흘렀다.
찬열은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다가 씹어뱉듯 내뱉었다. 내가 니 숨은 정부 노릇이나 하려고 여태껏 아등바등 살아왔는지 알아?
손가락질 받지 않기 위해, 조롱당하고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찬열이 매사에 주의를 기울이며 조심조심 살았다는 걸 경수도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경수에게 상처주고 싶어 못된 말만 골라하는 찬열이 도무지 찬열 같지 않아서 마음 한 구석이 선뜩해졌다. 몇 번이나 손을 뻗어 찬열의 손이나 팔꿈치를 쥐려고 했으나 닿지 않았다.
찬열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었다. 눈을 맞추고 진심을 다해 말하면 알아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찬열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진저리치고 밀쳐내고 경수 쪽으로 고개조차 돌리지 않으려고 했다. 경수는 처음으로 찬열과 헤어지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찬열아, 이러지마.
이러지마, 이러지마. 겁이나 이러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제야 찬열이 경수를 거부하던 몸짓을 멈췄고 경수는 제 손 끝에 간신히 걸린 찬열의 소매를 움켜쥐었다.
 
“저, 경수 씨.”
 
아내가 롤케이크를 잘라 담은 접시를 내려놓으며 조심스레 운을 뗐다. 경수는 눈을 들어 말하라는 듯 보았다. 다리 사이에 달이를 가둔 채 젖은 발을 닦아주고 있었다.
 
“아까 어머님께 전화 왔었어요.”
“어머니가요?”
“네. 경수 씨 있냐고 물으시길래 산책 나갔다고 했어요.”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고요?”
“그게……”
“……?”
“아기 소식은 언제쯤 들려줄 거냐고…….”
 
말해놓고 아내는 새삼 부끄러운 듯 손등으로 양 뺨을 꾹 눌렀다. 광대 부근에 분홍빛이 돌아 경수는 난처한 기분으로 웃었다.
 
“어머니도 늙으시나 봐요. 벌써 손주 타령을 다 하시고.”
 
물론 제 어머니가 그렇게 호들갑을 떨진 않았을 테지만. 경수는 신혼의 남편으로서 할 수 있는 말 중 가장 무난한 것으로 선택했다.
‘대신’이라고 했다.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이 너 ‘대신’ 우리 집안을 이끌어갈 아이, 가 필요하다고. 어머니는 눈도 깜짝 않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비정한 여자였다. 찬열을 데려온 것도. 예쁘장한 외모에 눈부신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 잘만 다듬으면 어디에 내놓을 만 할 거라고 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경수의 부모를 존경하고 칭찬했다. 오갈 곳 없고 의지할 데 없는 고아를 거두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키워냈다며. 하지만 찬열은 어디에 내놓을 만 해지기 위해 항상 검붉게 멍들어 부어오른 손등을 감추고 살아야 했다.
 
“자, 다 됐다.”
 
경수가 풀어주자 달이는 보송보송하게 마른 발로 아내의 무릎에 뛰어올랐다. 아내가 딸기를 조각내 내밀자 코를 대고 킁킁거렸다.
달이가 보고 싶어질 것 같다고, 이따금 그런 생각을 한다.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아내는 주방을 분주하게 오간다. 무언가를 끓이고 볶고 굽는 걸 한꺼번에 해낸다. 빌트인 라디오에서는 낮 시간대에 어울리는 가볍고 시시한 노래가 연이어 흐른다.
경수는 핸드폰을 챙겨들고 일어난다. 매일 찬열의 하루가 시작되는 같은 시간에 그에게 전화를 건다.
 
‘가 있어. 내가 금방 만나러갈 테니까.’
 
찬열은 고개를 끄덕였다. 코와 귀는 붉게 달아올라있었지만 울지 않고 잘 참았다. 찬열이 경수의 결혼식 다음날 바로 출국하기로 돼있어 경수는 일 핑계로 신혼여행을 미루고 공항까지 따라 나갔다. 지금 보내면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마음이 아려 시간이 다 되어가도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경수의 엄지손가락이 찬열의 손등을 애틋하게 쓸었다. 탑승을 재촉하는 안내 방송이 나올 때까지.
 
‘도착하자마자 연락해. 조심하고, 찬열아.’
 
찬열은 경수의 손을 놓고 캐리어 손잡이를 잡았다.
문득 중학생이었던 찬열이 처음으로 국제 콩쿠르에 참여하기 위해 비행기를 탔던 날이 떠올랐다. 그날 경수는 찬열이 없는 교실에 앉아 하염없이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책상 위에 찬열이 남기고 간 메모가 있었다. 나 혼자 가기 너무 무서워. 그래도 잘 하고 올게. 그 이후로 찬열은 여권을 갱신해야 할 정도로 셀 수 없이 들락날락했지만 경수는 찬열의 그 메모가 마음에 걸려 무리를 해서라도 배웅을 하곤 했다.
갑자기 찬열이 멈춰 섰다. 캐리어를 내팽개치듯 놔버리더니 경수를 향해 되돌아왔다. 찬열은 팔도 길고 품도 넓어 경수를 안으면 거의 푹 파묻히게 됐다. 찬열은 경수를 안은 채 몸을 잔뜩 웅크렸다. 마치 제 품안에 경수를 숨기고 싶기라도 한 것처럼.
 
‘경수야.’
‘응, 찬열아.’
 
경수는 손바닥을 활짝 펴 찬열의 떨리는 등을 다독다독 두드렸다. 몸만 컸지, 여전히 겁 많고 눈물 많은 우리 박찬열.
 
‘내가 너…… 좋아해.’
‘응. 나도 그래.’
‘많이 좋아해. 아주 많이 많이……’
 
귓가에 습한 숨결이, 목소리가 쏟아져 경수는 이를 악물었다. 미안해, 찬열아. 마음 아프게 해서,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사과하면서.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찬열은 독일에 도착해 어머니에게 메일 한 통을 보냈다고 했다. 자신은 잘 도착했고 이제부터는 혼자 힘으로 해보겠다고.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고.
키워주시고 가르쳐주신 은혜를 다 갚을 수는 없겠지만 이걸로 회장님과 교수님께서 조금이나마 안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믿을 수가 없어 어머니가 직접 보여준 메일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그새 바짝 마른 입술을 달싹이다가
……어쨌든 약속은 지키세요.
찬열은 이제 경수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긴긴 신호음 끝에 자동응답으로 넘어가고 나서야 경수는 종료 버튼을 누른다.
 
 
 
 
 
 
 
여자애가 아니라서 이런 일은 안 생길 줄 알았더니.
찬열과의 관계를 알게 된 어머니가 맨 먼저 한 말이었다. 경수는 선수 쳐 찬열을 데리고 떠나겠다고 했다. 아니면 죽어버리겠다고. 어머니는 눈살을 찌푸린 채 한참동안 말이 없다가
두 가지 조건을 내세웠다. 결혼할 것.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올 것. 그러면 찬열과 함께 외국으로 나가 살게 해주겠다고 했다. 제 아들이 죽겠다고 마음먹으면 죽고야 마는 성격임을 알고 있기에 애초에 설득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받아들이지 않고 네 멋대로 하겠다면 당신의 위치와 명예를 걸고 찬열이 두 번 다시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만들겠다고 했다. 받아들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찬열에게서 피아노를 뺏을 수는 없으니. 경수는 테이블 아래에서 손가락 마디를 뚝뚝 꺾었다.
약속 지키세요. 그리고 찬열이가 알게 하지 마세요.
그 이틀 후 어느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경수는 아내가 된 여자를 만났다. 여자는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경수와 시선을 맞추지도 못하고 이수임입니다, 속삭이듯 말했다.
 
 
 
 
 
 
 
잠들기 전 책을 읽는 시간이 길어졌다. 잠이 쉬이 오지 않았다.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 활자를 읽어나가던 눈이 피로를 호소해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세 시가 다 되어갔다. 경수는 책을 덮어 콘솔 위에 올려놓고 조도를 좀 더 낮추었다.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다 덮고 높고 텅 빈 천장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다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눈꺼풀 안에 희게 빛나는 달과 별들이 총총히 떠올랐다. 언젠가 경수가 찬열을 위해 붙여주었던 것들이.
경수는 제 몸 안의 어딘가가 망가져가고 있는 걸 시시각각으로 느끼고 있었다. 찬열의 그 무엇과도 닿지 못한지 벌써 수개월이 지났다.
 
 
 
 
 
 
 
꿈을 꾸었다. 어린 시절의 꿈. 어린 경수가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걸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붙어 섰다. 목을 길게 빼고 요리조리 살펴봐도 일층은 불이 다 꺼져 어두컴컴하고 고요했다. 다시 살금살금 걸어 이층의 한 귀퉁이로 돌아가면 조그만 나무 사다리가 있었다.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 맨 위 칸에 걸터앉았다. 코앞까지 성큼 낮아진 천장은 네모나게 잘려 한 쪽 단면에 주먹만 한 자물쇠가 걸려있었다. 다락방으로 통하는 입구였다. 경수는 주먹을 들어 콩콩 두드렸다.
찬열아.
귀를 기울이면 저쪽에서 후다닥 가까워지는 소리가 들렸다.
……경수야?
응.
경수야.
찬열이 금세 물먹은 소리를 냈다.
응. 나 여기 있어.
경수는 어린 마음에도 찬열이 찬 바닥에 바짝 엎드린 채 경수의 목소리에 의지하는 게 가여워 슬프고 화가 났다. 창고 용도로 쓰는 다락방은 빛 한줄기 들어갈 틈 없이 어둡고 싸늘하고 온통 먼지가 풀풀 날렸다.
경수야.
응.
나 오늘 체육시간에 뜀틀 넘다가 손가락을 삐었어.
…….
그래서 그런 거야. 아파서. 연습 안 한 게 아니구.
……그렇다고 엄마한테 말했어?
아니. 그럼 칠칠치 못하다고 싫어하실까봐.
혼자 얼마나 울었는지 코가 꽉 막혀 내쉬고 들이마시는 호흡이 가칠가칠했다.
경수야.
응.
나도 너처럼 되고 싶어. 넌 잘생기고 똑똑하고 모두가 다 널 좋아하잖아.
경수는 고개까지 흔들면서 아니야, 대답했다. 아니야, 찬열아. 네가 더 예뻐. 넌 정말 예쁘고 멋있고 그리고 피아노도 잘 치잖아.
정말이야. 정말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찬열은 믿지 않는 것 같았다.
경수야, 이건 비밀인데,
응.
비밀 꼭 지켜야 돼.
응. 그럴게.
나 엄마를…… 너무, 사랑해.
찬열이 울음을 터뜨렸다. 경수는 애가 타 자물쇠를 쥐고 흔들다가 천장에 몸을 최대한 가까이 붙였다. 울지 마, 찬열아. 울면 안 돼. 엄마가 깨면 어쩌려고 그래. 그런 말밖에 할 수 없었지만 실은 찬열을 안아주고 싶었다. 안고 젖은 얼굴을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이 세상에서 경수 한사람만큼은 언제나 찬열에게 다정하다고 여길 수 있도록.
경수야. 나 졸려.
자. 그만 울고.
나 자면 너 방으로 갈 거야?
아니.
…….
안 가. 나도 여기서 잘 거야.
경수야.
응.
나 손 아파.
삐어서?
아니, 손등. 아까 잘못 맞아서 피났어.
……많이 아파?
응.
내가 내일 약 발라줄게.
경수야.
응.
경수야…….
 
 
 
 
 
 
 
“찬열아.”
 
저도 모르게 이름을 부르며 눈을 번쩍 떴다. 눈꼬리가 축축했다. 꿈과 현실이 분간이 가지 않아, 경수는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나무사다리 위가 아니라 온도와 습도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쾌적한 침실 안이라는 걸 되새겨야 했다.
너는 다 잊었을까. 너에겐 내가, 나에겐 네가 전부였던 나날들. 잊었다면 어떻게 잊었을까. 잊지 못했다면 어떻게 떠날 수 있었을까.
꽉 쥐어짜는 듯한 통증에 가슴을 두드리며 몸을 일으켰다. 잘 피우진 않는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무심코 침대 밖으로 두 발을 내렸을 때
어느새 잠에서 깬 아내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손에 쥔 것을 등 뒤로 감추었다. 뭐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진동이 길게 울렸다.
 
“……그거 혹시 내 핸드폰이에요?”
“……경수 씨.”
“…….”
 
이 시간에 왜, 누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땐 이미 경수는 아내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이리 줘요.”
“경수 씨!”
“주세요.”
 
경수가 기어코 아내의 손에서 제 핸드폰을 빼가자 아내가 경수의 팔에 매달려왔다. 아내의 의외의 면에 놀랐지만, 놀라는 것보다 우선 핸드폰 화면에 뜬 번호부터 확인했다. 국제전화 번호였다. 경수가 전화를 받으며 방 밖으로 나서는데 아내가 경수의 허리를 덤벼들 듯 와락 끌어안았다.
 
“받지 말아요, 여보!”
 
이 여자에게 이러면 안 돼. 아무 잘못도 없는 여자에게. 하지만 통화가 연결되고 핸드폰 너머로 찬열의 숨소리가 들려 경수는 거의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 아내의 두 팔을 거칠게 뿌리치고 침실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기 직전 아내가 바닥에 쓰러진 채 아예 엎드려 흐느끼는 걸 보았지만…….
 
“찬열아.”
— …….
“듣고 있어, 박찬열?”
— 경수야.
 
정말 찬열이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내내 들끓던 속이 거짓말처럼 가라앉고 경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넘겼다. 괜찮다고, 이제 됐다고 생각했지만 손가락이 떨렸다.
 
— 우리 헤어지자. 이 말 해야 할 것 같아서 전화했어.
“만나. 만나서 얼굴 보고 얘기하자.”
— 교수님께 다 들었어. 아이 하나만 낳고 헤어질 작정으로 결혼 결정한 거라며.
“찬열아.”
— 넌 너를 나보다 더 모르는 것 같아. 넌, 내가 아는 도경수는…… 자기 아이를 함부로 버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교수님도 그걸 아시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거셨겠지.
 
네가 나를 잘 알아? 얼마나 잘 알아? 경수는 희미하게 웃었다.
 
“찬열아. 넌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모르잖아.”
 
찬열은 순간 말문이 막힌 듯 했다. 경수는 기다려주었다. 기다리면 찬열은 늘 솔직하게 다가와 기대곤 했다.
 
— 경수야, 너 이상해. 이상해졌어.
“…….”
— 넌 그런 애 아니었는데…… 내가, 나 때문에.
“…….”
— 그러지 마, 경수야. 그러면 안 돼. 태어날 아기가 무슨 죄야.
 
우는 건지 화를 내는 건지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
 
— 너나 나 같은, 불쌍한 인생 밖에 더 되겠어?
 
그래, 네 말이 맞아. 언제나 집에 없었던 아버지와 엄격하고 예민해 신경질적이었던 어머니. 네가 오기 전까지 그 고래등 같은 집에서 나 혼자 한없이 불행했었지. 그래도,
 
“……나는 너를 만났잖아.”
 
너를 생각하면 누군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처럼 마음이 유순해져. 언제 어디서든 등을 곧게 세우게 돼. 네 웃는 얼굴만으로도 나쁜 생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내게서 너를 뺏어가지 마, 찬열아. 너 없으면 어떻게 될지 나도 내가 무서워.
그만 울고.
 
 
 
 
 
 
To be continued
 
 
두 편으로 오므려 보려고 하였으나 분량 조절 실패로... 네 뭐.
오늘 하 편까지 다 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12시가 돼버렸고... 럽미라잇한테 후드려 맞느라...
사랑해요 엑소.8ㅅ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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